약속의 땅 -가나안 잃었던 고향으로의 귀환

약속의 땅 가나안 ― 잃었던 고향으로의 귀환

약속의 땅 가나안 ― 잃었던 고향으로의 귀환

1. 고향의 의미로서의 가나안

가나안이라고 하면 많은 이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성경을 차분히 읽어 보면 가나안은 새로 얻을 미지의 땅이 아니라 이미 조상들이 머물던 고향이었다.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고 가나안에 도착하여 세겜에서 제단을 쌓았다. 이삭은 브엘세바에서 우물을 파고 재단을 세웠다. 야곱도 장막을 치고 하나님을 예배했다. 기근이 들자 야곱의 가족은 애굽으로 내려갔다. 후손은 그곳에서 오랜 세월 종살이를 했다. 그러므로 출애굽과 가나안 정복은 새로운 개척이 아니라 잃어버린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환의 길이었다. 세겜의 제단과 브엘세바의 우물은 가나안이 이미 언약의 흔적이 새겨진 땅임을 보여 준다.

2. 출애굽과 광야의 훈련

출애굽은 기적의 연속으로 시작되었다. 홍해는 갈라졌다. 낮에는 구름기둥이 이끌었고 밤에는 불기둥이 지켜 주었다. 하늘에서는 만나가 내려 백성을 먹였다. 그러나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은 기적만으로 열리지는 않았다. 광야 사십 년은 지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 다시 빚어지는 시간이었다. 시내산에서 율법이 주어졌다. 성막이 세워졌다. 백성은 해방민이 아니라 언약의 백성으로 정체성을 세웠다. 애굽에서 굳어진 노예 근성을 벗고 말씀에 순종하는 거룩한 공동체로 자라가야 했다. 광야는 고통의 자리였으나 동시에 말씀과 임재를 배우는 학교였다. 아침에 만나를 거두고 저녁에 장막을 정돈하는 생활은 질서를 훈련하는 일상이었다.

3. 전쟁의 연속이었던 정복의 과정

가나안에는 이미 일곱 족속이 성읍을 세우고 살고 있었다. 헷과 아모리와 여부스와 히위가 그 땅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귀환은 빈 땅으로의 입성이 아니었다. 치열한 전쟁이 예고된 행군이었다. 여리고 성벽이 무너진 사건은 하나님의 능력을 선명히 드러냈다. 이어진 아이 성 전투와 기브온 전투는 고향을 되찾는 필연의 과정이었다. 남부와 북부의 연속된 정복 또한 같은 흐름이었다. 그러나 승리의 원인은 무기나 계책이 아니었다. 하나님이 앞서 가시며 싸우셨기 때문이었다. 여호수아서는 이 싸움을 사람의 전쟁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쟁이라 부른다. 이스라엘은 싸웠고 하나님은 승리를 주셨다. 전쟁의 기록은 곧 언약의 신실하심을 증언하는 역사였다.

4. 요단강 도하의 상징성

요단강 도하는 단순한 강 건너기가 아니었다. 언약궤를 멘 제사장이 물가에 발을 디딜 때 요단의 물이 멈추었다. 온 백성이 마른 땅을 밟고 강을 건넜다. 이는 조상들의 땅으로 돌아가는 상징이었다. 또한 약속이 지금 여기에서 성취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표징이었다. 광야에서 태어난 새로운 세대는 그날 처음 고향 땅을 밟았다. 여호수아는 열두 지파에서 돌을 하나씩 취해 기념을 세웠다. 그 돌무더기는 후손에게 묻는 이가 있을 때 하나님이 요단 물을 멈추신 일을 기억하게 하는 살아 있는 증거였다.

5. 언약의 성취와 하나님의 신실하심

겉으로 보면 가나안 정복은 전쟁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믿음의 눈으로 보면 이는 언약의 성취다.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주신 약속을 잊지 않으셨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말씀은 헛되지 않았다. 가나안은 풍요의 상징이기 앞서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드러나는 무대였다. 이스라엘은 그 땅에서 약속이 역사 속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장면을 보았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역사는 영토 확장의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이 약속을 기억하시고 반드시 이루시는 분임을 증명하는 기록이었다. 제단과 우물과 돌무더기는 모두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하나님은 말씀하신 것을 반드시 이루신다.

6. 오늘을 사는 우리의 교훈

가나안 귀환의 이야기는 고대의 전쟁사로만 읽히지 않는다. 조상들이 살던 고향으로의 귀환이자 약속의 성취에 대한 증언이다. 오늘 우리 삶도 때로는 광야처럼 메마른 날이 길다. 앞길이 전쟁처럼 버겁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으신 분이다. 약속을 잊지 않으신다. 앞서 인도하신다. 요단의 물이 멈춘 것처럼 오늘 우리의 길에서도 필요한 때에 길을 여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두려움 대신 소망을 붙든다. 말씀을 따라 하루를 세운다. 작은 순종을 쌓아 큰 순종으로 나아간다. 가나안 귀환의 이야기는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믿음을 붙드는 등불이다. 잃었던 고향의 회복은 결국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신뢰하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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