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 세계가 마주한 바다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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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 우리나라와 세계가 마주한 바다의 경고.

여름의 무더운 공기를 밀어내려 에어컨을 켰다. 차가운 바람이 몸을 감싸자 긴장이 풀렸지만 마음 한쪽에서 불편한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의 상당 부분은 화석 연료 기반이다. 잠시의 시원함이 지구 전체를 데우고 빙하를 녹이며 바다가 밀려오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이어져 해수면 상승이라는 단어에 이르렀다.

해수면 상승의 현재.

해수면 상승은 더 이상 막연한 가정이 아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지구 평균 해수면은 꾸준히 올라섰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상승 속도는 앞선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빨라졌다. 위성 관측은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상이 해마다 거대한 양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빙하가 녹을 경우 해수면은 수십 미터 상승할 수 있다. 이 변화는 해안선을 밀어붙이는 수준을 넘어 대륙의 윤곽을 바꾸고 인류의 거주 공간을 축소시킨다.

무너져 내리는 수만 년의 얼음.

TV 다큐멘터리에서 본 장면이 선명하다. 수만 년 동안 대륙 위에 쌓여 있던 거대한 얼음 절벽이 기온 상승과 해수 온도 상승에 의해 갈라지더니 마침내 거대한 굉음을 내며 바다로 무너져 내렸다. 높이 수십 미터 길이 수 킬로미터의 절벽이 한순간에 부서지며 바다로 떨어졌다. 파도가 사방으로 번졌고 주변의 얼음에도 균열이 이어졌다.

이 현상은 칼빙이라고 부른다. 알래스카와 그린란드와 남극의 해안에서 반복적으로 관측된다. 바다에 떠 있는 얼음이 녹는 것과 달리 대륙 위에 놓인 빙상이 붕괴하면 녹은 물이 직접 바다로 흘러들어 해수량을 늘린다. 얼음 표면이 줄어들면 햇빛을 반사하는 능력도 줄어든다. 바다는 더 많은 열을 흡수한다. 지역 기온은 더 올라가고 다시 얼음이 녹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칼빙은 해수면 상승을 가속하는 연결 고리다. 해수 온도 상승과 대기 온도 상승이 하부를 약화시키고 균열을 넓힌다. 붕괴 후 유입수는 해수량을 늘리고 반사도 저하는 추가 가열을 일으킨다.

한국 인구의 높이가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평균 해발은 약 이백팔십이 미터다. 그러나 이 수치만 보고 안심하기는 어렵다. 인구와 산업의 큰 비중이 해발 백 미터 이하에 모여 있다. 그중 상당수는 바다와 맞닿은 저지대다. 서해안의 넓은 평야 지대와 전남 전북의 해안 도시와 충남 서천 보령과 수도권 서부의 인천 김포 안산과 경남 남해안의 항만과 공단은 모두 잠재적 위험 지역이다. 이 지역은 제조업과 수출 물동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피해가 발생하면 파급은 전국으로 확산된다.

간척지는 특히 취약하다. 새만금과 시화호와 금강 하구와 영산강 하구 같은 대규모 간척지는 대개 해발 오 미터 이하에 있다. 거대한 방조제가 바닷물을 막고 있지만 해수면이 조금만 더 올라서 태풍과 만조가 겹치면 침수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염분 피해는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산업 기반도 흔들린다. 제주도는 한라산이 높지만 해안 저지대 마을과 관광지는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세계 각국의 다른 풍경.

남태평양의 투발루는 평균 해발이 이 미터 남짓이다. 마을과 농지가 바닷물에 잠기는 일이 반복된다. 인구는 기후 난민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 무대에서 물에 잠긴 연단에 서서 현실을 알렸다.

몰디브는 평균 해발이 일 점 오 미터 수준이다. 일부 섬은 해안 침식으로 사라졌다. 인공 섬과 방파제로 시간을 벌고 있으나 장기 안전성은 불확실하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큰 비중이 해발 영 미터 이하이며 많은 인구가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서 산다. 델타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방재 체계와 물과 공존하는 도시 설계와 부유 주택이 대응의 핵심이다. 해수면 상승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두고 기술과 정책을 결합한다.

이스라엘은 국토의 많은 지역이 고지대다. 그러나 텔아비브와 하이파 같은 해안 도시는 해안 침식과 염수 유입의 위협을 받는다. 지하수 보호와 해안 방벽 보강과 담수화 설비 확충이 주요 과제다.

프랑스는 브리타니와 노르망디와 코트 다쥐르 지역이 취약하다. 장기 전망에 맞춘 해안 후퇴 관리와 방파제 증설과 조기 경보 체계 강화가 추진되고 있다. 영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해수면이 뚜렷이 상승했다. 저지대 항만과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홍수 방벽과 배수 펌프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방향.

해수면 상승은 바닷물이 안쪽으로 들어오는 현상만이 아니다. 농경지 염분화와 해안 침식과 지하수 오염과 어장 변화와 항만과 공항 기능 마비와 기후 난민 발생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해안에 인구와 산업이 집중된 한국은 충격의 파급이 전국적일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 출발점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구조 전환과 산림 복원이 필수다. 해안 도시는 방조제 보강과 배수 시스템 확충과 저지대 개발 제한을 서둘러야 한다. 오십 년과 백 년 뒤의 해안선 변화를 예측하고 장기 계획을 세우는 국가적 안목이 필요하다.

개인과 지역 사회의 행동도 중요하다. 가정과 직장에서 전력 절감을 실천한다. 지역 방재 훈련에 참여한다. 해안 쓰레기 정화 활동에 동참한다. 작은 실천이 모이면 변화의 힘이 된다.

여름날의 시원함에서 출발한 생각이 바다의 경고에 닿았다. 지금의 편안함을 지키려면 지금 움직여야 한다. 우리의 선택이 미래 세대의 발 디딜 땅을 지켜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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